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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승연

함축된 스토리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그림책 작가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책’이 아닌 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드는 독립출판사가 있습니다. 이 그림책은 엄마가 아이에게만 들려주고 싶은 책이 아닌 아이가 엄마에게도, 엄마가 아이에게 서로에게 보여주고, 읽을 수 있도록 한 그림책입니다. 단순 ‘그림’이 아닌 그림 속 ‘이야기’에 중점에 두고 그림책을 만드는 ‘텍스트컨텍스트’ 작업실을 다녀왔습니다. 작업실의 첫인상은 아주 강렬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통유리창, 통유리창 패브릭 포스터 사이로 비치는 따뜻한 햇살과 짙은 색의 나무 책상 위 다채로운 색연필, 자수에 필요한 가지각색의 실이 있었고, 그곳은 향긋한 핸드드립 커피향으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공간의 첫인상만큼이나 따뜻한 눈빛을 지닌 그림책 작가 김승연을 만났습니다. 김승연 작가는 2009년 ‘여우모자’ 출간을 시작으로, ‘얀얀’, ‘마음의 비율’ 등의 그림을 그린 그림책 작가입니다. ‘그림’보다는 그림에 담긴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의 인터뷰를 주목해주세요.

Q.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김승연: 안녕하세요. 저는 그림책 작가이자 독립출판사 ‘텍스트컨텍스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승연입니다.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후 편집디자인 회사 안그라픽스를 거쳐 ‘텍스트컨텍스트'를 운영한 지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여우모자>, <얀얀>, <마음의 비율> 등이 있으며 그림을 그린 책과 제품으로는 <어느 날>과 <미네워터>,<프리메라> 패키지 등이 있습니다.

Q. 현재 운영하고 있는 ‘텍스트컨텍스트'는 어떤 곳인가요?

김승연: ‘텍스트컨텍스트' 는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장르와 대상을 불문하고 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표현을 시도하는 그림책 전문 독립출판사입니다. 이름의 의미는 ‘동화책'이 아닌 ‘그림책'을 만드는 출판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글, 그리고 다른 것' 이란 뜻의 ‘텍스트컨텍스트' 를 작명하게 되었습니다.

Q. 전통 있는 편집디자인 회사 ‘안그라픽스'를 떠나고, 새롭게 독립출판사를 꾸리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김승연: 가지각색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에 대한 감각과 시야를 넓히는 것도 좋았지만, 저는 늘 저만의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갈증을 해소하는 방안을 고민하다 보니 점점 목표가 분명해졌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저만의 ‘스토리'가 담긴 무언가를 제작하고 싶었던 건 분명했기 때문이죠. 목표가 선명해진 후, 저는 안그라픽스를 그만두고 나와 개인 출판사 ‘텍스트컨텍스트'를 꾸리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고, 회사를 그만두고 보람을 얻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Q. 다양한 디자인 카테고리 중 ‘그림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요?

김승연: 저는 단순히 저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의 작품에는 ‘스토리'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스토리를 입힐 수 있는 매개체 중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적합한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그림책'이라는 매개체가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결정하게 된 계기 중 학창시절 영화, 만화 소모임에 들어가 활동한 것도 한몫했습니다. 그림책은 단어 그대로 그림과 글이 있는 책입니다. 남녀노소 어른, 아이 구별 없이 모두가 편하게 볼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 책을 보는 독자 연령층이 아이부터 60세 어르신까지 있는데 참 신기하게도 모두 해석하는 방향이 다 다릅니다. 제가 쓴 책인데도 독자분들께서 그림에 대한 의미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봐 주실 때에 흠칫 흠칫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 이 그림이 이렇게도 해석될 수 있구나.” 하고요. 이런 점이 아무래도 가장 큰 그림책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웃음)

Q. 수 많은 작품이 있지만, 꼭 소개하고 싶은 그림책이 있나요? ‘여우모자', ‘얀얀', ‘마음의 비율' 이 말하는 주요 메시지에 대해 알려주세요.

김승연: 저의 첫 그림책 ‘여우모자’에 나오는 주인공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해 혼자인 것이 편한 소녀입니다. 사람들이 말을 거는 건 참으로 귀찮은 일이었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도 친구를 사귀는 것도 관심 없던 아이이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엄마 여우의 부탁으로 아기 여우를 돌보게 된 소녀는 동물을 싫어하는 엄마 몰래 아기 여우를 돌보기 위해 아기 여우를 모자인 척 머리에 쓰고 다닙니다. 황금빛 털을 가진 여우모자를 쓰고 다니는 소녀는 마을에서 금세 유명해지고 소녀 또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워지지 않기 시작합니다. 아기 여우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 소녀는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내용입니다.


두 번째 책인 ‘얀얀’은 복숭아를 닮은 여자아이 이야기입니다. 세상과 대화하는 법을 모르던 아이가 털실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꿈같은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빠를 털실로 만들기 시작하죠. 존재하지 않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털실 놀이로 표현한 ‘얀얀’에 담긴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쉽지 않고, 그만큼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마음의 비율’은 우유가 강처럼 흐르고 꽃향기가 가득한 ‘그곳’에 살고 있던 아기에게 어느 날 작은 구멍 하나가 눈에 띕니다. 하지만 부족할 것 없던 아기의 일상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작은 구멍으로 인해 서서히 망가져 가고 사랑하는 꽃마저도 시들어버리고 맙니다. 눈물과 불안으로 변해가는 아기의 삶이 다시 평화롭던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내용입니다. 시작과 변화가 두려워 망설이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Q. 그림책 속 작가님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그림체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

김승연: 저의 그림체 특징은 ‘섬세함'입니다. 정리하고, 다듬어진 정형화된 디자인이 아닙니다. 마음에 들 때까지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 그리고를 반복하고, 끝내 제가 완벽하게 마음에 들 때까지 그리는 편입니다. 위에도 말했지만, 스토리 해석에는 답이 없습니다. 제 그림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한다는 룰이 없으니 읽으시는 독자분께서 나름의 해석으로 편하게 봐주심 될 것 같아요.

Q. 주로 그림은 어떤 도구를 이용하여 그리시나요?

김승연: 색연필, 컴퓨터 두 가지를 사용합니다. 아날로그, 디지털 모두 이용한다는 뜻이죠. 아날로그 작업 시에는 색연필뿐만 아니라 어린이가 사용하는 크레파스도 사용하고, 파스텔, 단단한 재료 등 구별하지 않고 모두 사용하는 편입니다. 제가 원하는 질감을 표현할 수 있다면 도구를 가리지 않는 편이죠. 재료의 한계를 두지 않는다는 연장선에서 컴퓨터를 하나의 재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다만 물성이 있는 재료를 이용했을 때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다 그리고 색연필을 책상에 탕! 하고 놓았을 때 일이 끝났다는 느낌이 강력하게 들잖아요. 그때 그 쾌감을 좋아합니다.

Q. 김승연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 및 팬들의 특징이 있나요?

김승연: 혼자서 책을 출판하다 보니 많이 느리고 답답하셨을 텐데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독자분들이 정말 많아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림책 작가가 된 지 10주년입니다. 10주년은 작가님에게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10년 전 그림책을 처음 선보였던 때와는 어떻게 발전한 것 같나요?

김승연: 10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던 용감했던 그때도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모든 면에서 조금 더 담담해진 것 같습니다. 제가 작품 활동하면서 저 스스로 컨트롤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고, 감정과 이성을 다스리는 법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죠. 이러한 경험의 바탕은 저의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 같아요. 저는 작품을 쓸 때 정해진 엔딩을 보여주는 작품을 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 제 스스로가 걱정거리가 있다면 해소하고, 감당이 됐을 때 이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물론, 어떤 분들께 제 책이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될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힐링을 위해서만 따뜻한 글과 그림이 담겨있는 책은 쓰고 있지 않습니다. 책의 엔딩에는 제가 개입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고, 스토리에 어긋나지 않게만 엔딩을 그리고, 메시지를 열어두죠.

ⓒ김승연 <날개양품점>
Q. 10년간 작가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소개 부탁 드립니다.

김승연: 작년에 삼청동 북촌 전시실에서 어린 시절 엄마가 하셨던 옷 가게 날개양품점을 주제로 <날개양품점>이라는 전시를 했었습니다. 저의 어렸을 적 이야기와 환경들을 재연하는 공간이 새롭게 느껴졌고,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그림책에는 돌려 돌려 저의 이야기를 말했다면, 양품점은 저의 개인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저를 오픈했던 공간이었어서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러웠던 전시라 기억에 가장 남습니다. 올해 12월에는 롯데백화점 갤러리에서 강아지를 주제로 한 <날개양품점2>를 전시할 예정입니다.

Q. 반면, 힘들었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김승연: 프로젝트라기보다는 독립출판사로서의 현실을 마주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생계를 위한 클라이언트 잡과 개인적인 작업(독립출판물 제작)을 병행해야 할 때 클라이언트 잡이 우선이 되어 개인작업물이 몇 년 동안 뒤로 미뤄졌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심적으로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서로 다른 작업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제 자신이 단단해지니 자연스럽게 다른 돌파구가 나오더라고요.

Q. 특유의 공간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 공간은 어떻게 꾸며졌고, 여기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시나요?

김승연: 제 작업실은 조금 더 깊숙이 독립출판에 집중해서 준비하려는 공간입니다. 10년간 서울을 기반으로 다양한 작업실을 옮겨 다니며 작업을 했었어요. 지금은 망원동 어느 한 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이 모두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이 공간에서는 앞으로 클래스도 할 예정이고, 제품도 출시 예정이며, 제가 하고 싶었던 장편의 그림책도 제작 예정입니다.

Q. 디자인 외 취미는 무엇인가요?

김승연: 자수, 자전거, 위스키, 페스티벌 제가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집중도를 높여주기에 좋은 취미이죠. 또한,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위스키를 좋아해서 가장 친한 친구와 ‘위스키’를 테마로 아일랜드 양조장을 돌아보는 여행도 하고, 얼마 전에는 맥주를 테마로 포틀랜드도 다녀왔어요. 좋아하는 인디밴드가 공연하는 페스티벌도 자주 가는 편이고, 최근에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어요.

"저는 저의 직업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 없이 ‘스토리' 에 대해 연구해야하고, 그것을 잘 나타내기 위해 깎고 채우고 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
Q. ‘영감'은 어디로부터 얻고, 어떤 식으로 표현되나요?

김승연: 저는 모든 것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저는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저의 일과 취미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어느 날은 잘 알지고 못하는 야구를 보기 위해 야구장에 가보기도 하고, 광장에 모여 저와 다른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의 모임에 나가 보기도 합니다. 호기심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저의 시야를 넓혀주고 창작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보면 저에게 있어 일과 취미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제 자신을 채우고 비우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음가짐에 달려있고, 호기심이란 것으로부터 나오는 자연스러운 영감인 셈이죠.

ⓒ김승연
"지금까지 저는 한 번 보고 잊혀지는 책이 아닌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와 평생 옆에 두고 볼 수 있는 친구같은 그림책을 꾸준히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앞으로의 텍스트컨텍스트, 작가 김승연의 행보는 어떠한가요?

김승연: 텍스트컨텍스트가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한 번 보고 잊히는 책이 아닌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와 평생 옆에 두고 볼 수 있는 친구 같은 그림책을 꾸준히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림책 클래스, 제품 기획과 디자인, 더 나아가 장편 에세이를 디테일하게 써볼 예정이에요.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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