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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떠오르는 라이프스타일, 디지털 미니멀리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또다른 미니멀라이프

몇 년 전부터 한국에는 미니멀리즘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미술과 디자인, 건축분야에서 시작된 ‘불필요한 것은 모두 제거하고 본질만 남기는’ 미니멀리즘은 각 분야를 넘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이는 ‘미니멀 라이프’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런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미니멀 리스트’라고 지칭하게 되었는데요. 한국에서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미니멀 리스트들의 활동이 시작되었고 그들의 저서 등으로 인해 대중 역시 역시 미니멀 라이프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미니멀리즘의 핵심인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본질만 남긴다’에 영향을 받은 미니멀 라이프는 물건을 적게 소유하면서 생활이 단순해지고 마음과 생각이 정리되기 때문에 오히려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생산성이 올라가는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pixabay

텔레비전부터 컴퓨터와 스마트폰까지, 인류는 과학의 발전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이 가져다 준 혜택은 어마어마했죠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공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도 읽을 수 있으며, 퇴근길에는 자신이 응원하는 스포츠 팀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챙겨볼 수 있고, 심지어는 아쉽게 본 방송 시간을 놓친 드라마, 예능이나 극장 상영 기간을 놓쳐서 못 본 꼭 보고 싶던 영화까지 스트리밍을 통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디지털 기기들은 필연적으로 중독 현상을 동반했습니다. 각각의 디지털 기기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져감에 따라 ‘텔레비전 중독’, ‘컴퓨터 중독’, ‘스마트폰 중독’은 마치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인 듯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인 문제점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중독이란 무엇이며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할까요? 1970년, 심리학자인 브루스 알렉산더는 중독에 관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중독에 관한 실험"
ⓒpixabay

철장에 실험용 쥐를 넣고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물이 들어간 물병과 헤로인이 첨가된 물이 들어있는 물병을 각각 한 개씩 설치합니다.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쥐는 약물이 들어간 물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목숨이 끊길 때까지 아주 조금이라도 약물을 더 마시려고 약물 병에 매달리게 됩니다. 1970년, 심리학자인 브루스 알렉산더는 이 당연한 실험에서 한가지 모순을 발견하게 됩니다. 쥐가 ‘철창’에 ‘혼자’ 갇혀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브루스는 쥐 놀이공원을 만들게 됩니다. 그곳은 쥐가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의 공간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안에는 형형색색의 장난감들과 함께 실험용 쥐와 같이 놀아줄 많은 쥐 친구들로 가득했습니다. 쥐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요구할 만한 것들은 거의 모두 갖추고 있는 쥐들의 파라다이스가 만들어진 셈이죠. 그리고 이곳에 이전과 똑같이 물병 두 개를 주고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러자 매우 신기한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곳에 있는 쥐들은 대부분 약물이 든 물을 마시지 않은 것입니다. 어떠한 쥐도 강박적으로 약물이 든 물을 찾지 않았고 약물을 과다복용하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이는 ‘인간’이 아니라 ‘쥐’에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역사적으로 모든 모르모트의 실험 사례가 인간에게 100% 일치했던 것은 아니죠. 그러나 놀랍게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인간에게도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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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베트남전쟁에서 말입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미군의 수는 50만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그중 20%에 해당하는 수십만의 미군들은 헤로인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시 미국사람들은 패닉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난다면 어마어마한 수의 헤로인 중독자들이 본토로 돌아오게 될 것이었고 그들이 전쟁 영웅이라는 사실과는 별개로 민간인들에게 어떠한 피해가 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에 대해 보고한 연구 결과서에는 놀라운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그들에게서는 아무런 금단현상도 나타나지 않았고, 그들은 재활원으로 보내지지도, 약물 중독에 대해 상담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온 95%의 약물 사용자들이 ‘그냥’ 약물사용을 멈췄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끝난 그들에게 친구들과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첫 번째 실험 속 철장에 갇혀있는 외로운 쥐들을 꺼내 두 번째 실험 속 쥐들의 파라다이스로 넣어주는 것과 같은 의미가 있었기에 같은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 우리는 중독이 단순히 약물 속에 있는 중독성 있는 성분 때문만이 아니라 복용자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내면적인 결핍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자 약물 중독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었습니다.

ⓒpixabay

스마트폰의 핵심가치는 ‘연결성’입니다. 모바일 시대가 시작된 이후로 소통의 방식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화되어왔습니다. 문자에서 통화로, 통화에서 영상통화로 발전하였고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이 기존의 문자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섰으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단순한 의사 소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근황을 이미지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으며, 사람을 태그하는 방식으로 소통의 영역을 1대1에서 다대다로 확장 시켰습니다. 그러나 이런 ‘초 연결성’은 부작용도 함께 가지고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포모증후군’이 있습니다.

"포모증후군"
ⓒpixabay

포모(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입니다.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를 나타내는 일종의 고립공포감을 뜻합니다. 단톡방에 소홀하면 대화에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거나 사회적인 관계 혹은 인맥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쉬는 날에도 SNS를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다면 혹은 본인의 게시물에 ‘좋아요’ 개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생각에 우울감에 빠진다면 포모증후군을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중독이 우울장애를 초래한다는 연구결과까지 등장했습니다. 201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보건대 연구팀이 디지털 중독이 우울증과 불안감, 충동 장애 등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를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로 레귤레이션’에 발표했는데, 그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긴 상위 30%의 학생은 사용시간 하위 30%의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외로움, 분노조절 장애, 충동 장애, 우울장애 등을 50%이상 더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다수의 현대인에게 신경증을 옮기고 다니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로 전락한 것입니다. 사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스마트폰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다만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는 우리가 문제일 뿐이죠.

이런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 바로 ‘디지털 미니멀리즘’입니다. 최근에 불고 있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일본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미니멀리즘 철학에서 더욱 탄력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설렘(Spark Joy)’을 주는 소수의 물건만을 잘 정돈해서 사는 것을 제안하며, 물질의 홍수 속에 허덕이는 세계인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뉴시스

그리고 《딥 워크》의 저자이자 컴퓨터공학자인 칼 뉴포트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책을 통해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따르면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란 이메일, 소셜미디어 등 네트워크 도구의 가치에 스스로 질문하는 철학이자, 정신을 말합니다. 효율적 사고를 중요시하는 유태인의 철학 중에는 일주일에 일정 시간을 ‘미디어프리’ 시간으로 정하고 인위적으로 정보를 차단하는 매우 현명한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 현혹되지 않고 나만의 철학과 기준으로 사색하는 시간을 늘리면 실질적인 부의 가치도 향상된다는 것을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디지털기기가 없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디지털 미니멀리즘이란 무조건적인 기술 단절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태인들과 같이 ‘적절한 휴식’을 취해주는 것 또한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디지털 디톡스’라는 이름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디톡스"
ⓒpixabay

일상에서 디지털 세상의 습격을 차단할 수 없는 사람들이 고안한 것이 디지털 디톡스 캠프입니다. 캐나다, 미국에서 가장 활발히 행해지는 디지털 디톡스 캠프는 참여하는 동안 일정 장소에 모여 일체의 디지털기기를 내려놓고 자연 속에서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행사입니다. 최근에는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각 국에서 진행되는 디지털 디톡스 캠프에는 공통분모가 많습니다. 디지털기기를 완전히 차단하고, 본명 대신 별명을 사용하며, 직업이나 나이를 묻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는데요. 이런 규칙들은 사회적 가면을 벗고 오롯이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자존감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사실 디톡스(detox)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해독하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디톡스라는 단어가 디지털을 수식한다는 것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모두 읽으셨음에도 디지털 중독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몇가지 사실을 보여드리면서 글을 마치고 싶네요

스티브 잡스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자녀들이 아이패드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아이들이 아이패드를 써본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자녀가 스마트폰을 보기보다 독서나 야외 놀이를 할 것을 권하고, 평소 아이와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트위터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 역시 ‘테이블엔 태블릿이 없어야 한다’는 육아철학으로 유명합니다. 빌게이츠 마저도 자녀들에게 컴퓨터를 오로지 주방에서만 사용을 허락하는 교육방식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현대 디지털 산업에 가장 거대한 영향을 줬던 인물들이 하나같이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 어쩐지 조금 무겁게 다가오지 않나요?

콘텐츠 크리에이터 - 유찬영